[2020.10.30 일상] 도봉산
나는 부모님과 함께 살다가
서울에서 4년정도 혼자 살았다.
자취는 나로 하여금 가족의 소중함을 알게 했고,
나 자신을 스스로 돌볼줄 알게 만들어줬다.
배우는 것도 많았고, 깨달음도 얻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일을 그만두고 다시 본가로 들어갈까 고민하던 나에게
내 친구가
"부모님 나이도 있으시니까, 길든 짧든 들어가서 부모님과 함께 보내는 시간 가지면 좋지 않을까?"라고 말했고,
그 말이 나에게 꽤나 설득력이 있어서 나는 집으로 돌아가는 것을 선택했다.
혼자 살다가 다시 부모님과 살려고 하니,
아무래도 자유를 많이 잃을 수 밖에 없었고,
서로 불편함이 생길 수 없었지만
우리는 그 불편함이 싫지 않았다.
떨어져지낸 시간만큼 서로가 애틋해졌고,
서로를 배려하는 방법을 더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부모님은 두 분 다 이미 퇴직하셨기 때문에 시간이 많으시다.
나도 아직은 급하게 구직을 하려는 생각이 없기 때문에
우리는 셋이서 즐거운 시간을 많이 보내려고 노력했다.
인터넷에서 좋은 곳을 발견하면 부모님과 먼저 가려고 하고,
부모님이 가자고 제안하시는 곳도 망설임 없이 따라 나섰다.
요즘은 어딜가나 가을의 정취를 한껏 느낄 수 있어서 참 좋다.
올해는 단풍이 예쁘다고하지만 코로나 때문에
단풍이 유명한 곳들을 찾아 나서기에는 망설여졌다.
그래서 우리는 집에서 아주 가까운 도봉산에 산보정도 다녀오기로 했다.



눈이 시리도록 빨간 단풍나무들.
집앞에 은행나무는 참 많은데 이리도 빨간 단풍나무들을 찾기는 쉽지 않다.


캐나다 가고 싶게 만드는 단풍잎 (캐나다 가본적 없음 ㅋㅋㅋㅋㅋ)



도봉산은 금강산을 닮은 산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그만큼 참 예쁘고 웅장한 모습을 자랑한다.


금색의 은행잎과 파란 하늘

구기자 열매라고 했던 것 같다. (초점은 어디에)
바닥에 열매가 떨어져있는 것을 보고 누가 젤리빈 먹다가 흘리고 간 건줄 알았는데
고개를 들어보니 이렇게나 예쁜 열매들이 달려있었다.

계곡물에 비친 단풍나무들


허기져서 사먹은 옥수수 (맛있었음)
오늘 가본 도봉산은 정말 한없이 아름다웠다.
눈에 담은 것처럼 사진으로 담고 싶어서
쉴 새 없이 셔터를 눌러보았지만 역부족이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것은 경계해야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도봉산의 예쁜 단풍을 보고 잠시나마 행복감을 느끼면 좋겠다.
사진보다 훨~씬 예쁜 단풍나무와 은행나무들이 기다리고 있으니,
사람 많은 시간대를 피해서 평일에 다녀오세요 :-)